84세 김정옥 할머니, 남부대에서 명예학사 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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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노해섭 기자]24일 오전 11시 남부대학교 협동관 강당에서 열린 2014학년도 전기 학위수여식에서 김정옥(84)씨가 ‘명예 사회학 학사’증서를 받았다. 김씨는 2011년부터 4년 동안 남부대학교 사회복지학과에서 공부했다.
김 씨의 아버지는 일제 강점기에 독립운동에 참여해 자금을 마련하느라 가정을 제대로 돌보지 못한 데다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때문에 서울에서 태어난 김 씨는 풍문여자중학교(4년제)를 다니다 3학년 때 중퇴했고 평생 배움에 대한 열망을 간직한 채 평생을 살아왔다.
김 씨는 “가난한 데다 형제가 여덟이나 되어 먹는 것조차 부족했다. 부모님께서 입 하나라도 줄인다며 18살 때 시집을 보내 광주에 와 살게 됐다”고 말했다.김 씨는 팔순을 맞은 2011년 3월부터 남부대학교 사회복지학과에서 손자·손녀 나이의 학생들과 공부했다. 대학입학 자격을 갖추지 못해 비정규의 청강생 신분으로 강의를 들었다.
김 씨는 “남편(김학준 광주효성청소년문화재단, 2014년 6월 작고)과 조용기 남부대학교 설립자가 각별한 사이여서 남부대학교를 선택했다"며 "조용기 학원장이 나같이 어려운 처지에 있는 학생들을 위해 나눔을 실천하라며 사회복지학과를 권유했다”고 말했다. 남편 김씨는 2008년 남부대학교에서 명예박사 학위를 받았다.
김 씨는 광주광역시 남구 방림동에서 광산구 첨단지구의 학교까지 거의 매일 50분가량 승용차를 손수 운전해 등하교를 했다. 수강 과목이 일반 학생의 5~6개 과목보다 1~2개 과목이 적었을 뿐 사회복지사 실습과 평생교육사 실습까지 마쳤다.
김 씨는 “학교의 배려와 교수님들의 지원 덕분에 대학 공부를 한 것을 매우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어린 친구들과 어울리다보니 늙은이가 젊어졌다”고 말했다.
남부대학교 사회복지학과장인 이유리 교수는 “자신의 손자보다 어린 나이의 학생들과 함께 성실하게 공부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일반 학생들은 물론 우리 교수들도 배우고 느낀 게 많았다”고 말했다.
김 씨는 슬하에 2남 2녀를 뒀다. 두 아들은 각각 서울대와 외국어대를 두 딸은 이화여대를 졸업했다. 3남매는 미국에서 살고 있다.
김 씨는 “미국에서 의사로 일하는 손녀와 하버드대학에 다니는 손녀로부터 졸업을 축하한다는 축하 전화를 받았다”고 자랑했다.노해섭 기자 nog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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